‘스플린트를 해야한다던데요?’
타 치과의원의 상담을 받고 오신 분들에게서 나오는 가장 많은 질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 입니다.
우선 용어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턱관절 치료에 사용하는 스플린트 (splint -> 교과서적으로는 ‘교합 안정장치’ 즉, ‘stabilization appliance’ 가 더 적절한 용어입니다.) 는 턱관절 주변의 근육의 이완과 함께 턱관절 내의 압력을 줄여줄 수 있는 일종의 보조 기구입니다. 허리가 아픈 사람이 허리 보조기를 차게 되는 것과 비슷한 논리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를 두고 ‘턱관절 교정기’라고도 부르시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허리 보조기를 ‘허리 교정기’ 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이 교합 안정장치를 ‘턱교정기’ 라고 부르는 것 또한 약간의 어폐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또한 스플린트 (splint = 고정하다)의 용어 또한 어느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우리가 턱관절 치료에 사용하는 장치물은 실제 치아를 고정할 수는 있겠지만 그 목적이 아닌 턱관절의 안정과 함께 턱 운동은 일차적으로 가능할 수 있기에 (물론 식사를 하거나, 말을 하는데 사용하지는 않지만) 엄밀한 의미로는 스플린트라는 용어 또한 점차 바뀌어야 할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다양한 형태와 재질을 가진 장치들이 있었지만, 현재의 턱관절치료에 대한 가장 근거 있는 (evidence based) 장치물 형태는 딱딱한 (hard), 전체 악궁 (위-혹은 아래 치아 전체)을 뒤덮는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선생님들마다 큰 테두 리 안에서 각자의 논리에 맞게 조금씩 변형된 형태의 장치를 쓰기도 합니다.
문제는 장치가 환자 개개인에 맞춰 각각 제작되어야 하다보니 비급여 진료 항목으로 비싼 진료비가 청구된다는데 있지요. 사보험 제도 기반으로 하고 전문적인 기술에 대한 금전적 가치를 높게 여기는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에서는 수천 달러(200 ~ 300 만원에 해당합니다)에 달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학병원을 기준으로 100 만원에서 120 만원 사이의 제작비가 듭니다. 그렇다보니 내가 장치를 안하면 안낫는 병을 가진 것인 지, 의사가 수익을 위해 필요치 않은 치료를 권하는 과잉 진료르 하는 것은 아닌 지, 큰 돈을 들여 한 치료가 효과가 없으면 어떻할 지 등 여러가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당연합니다.
교합 안정장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여부에 앞서 어떤 질환이든 자신의 질환에 대해 낫고자 하는 노력과 생각, 그리고 왜 여기까지 왔는가 스스로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장치물을 하던, 물리치료를 하던, 약을 먹던, 운동을 하던 이 모두 개인의 노력 여부에 따라 많은 결과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고, 낫고자 하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그냥 의료진에게 낫게만 해달라고 할 경우 그 예후가 좋지 못할 것은 자명합니다. 증상이 심해도 스스로 긴장을 풀기 위한 마인트 컨트롤 노력도 하고, 물리치료와 생활 요인 (부적절한 수면 환경, 생활 습관 등) 조절 노력도 열심히 하고, 관절의 자연스러운 움직임도 열심히 훈련한다면 장치의 도움 없이도 잘 나을 수도 있기 마련입니다.
저희 조웰 구강내과치과의원을 찾아오시는 환자분들께 제가 장치를 치료계획에 포함시키는 경우는 이렇습니다.
1. 적극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턱관절 내 (뼈, 인대, 디스크)의 손상이나 재활이 필요한 기능장애(입이 안벌어짐)를 가지고 있는 경우
가장 대표적인 손상은 관절뼈의 손상입니다. 설령 통증이 없더라도 관절뼈의 손상이 현재 진행중인 손상이어서 위-아랫니의 맞물림의 변화가 나타나는 중이거나, 입이 안벌어지는 경우라면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뼈의 손상량을 최소로 줄이고 가능한 빨리 손상을 낫게 해야 한다는 치료 목표를 위해 관절을 보호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합니다. 뼈는 변화가 매우 더뎌서 아무리 빨라도 6개월에서 최대 2년 수준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그 시간 동안 장치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골변화 외에도 관절원판 변위 (턱디스크 형태 혹은 위치 변화)에 의한 입의 안벌어짐 현상입니다. 관절의 운동제한을 일으키는 관절원판의 변위는 관절원판이 제자리로 일부 돌아가든 아니면 변위된 상태로 적응하든 연골과 인대조직의 새로운 변화를 통해 재활이 필요한 상태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직의 손상없이 재활이 되기 위해 장치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고려합니다.
2. 증상의 재발 경향을 보이거나, 턱관절 주변 조직 (근육)으로의 국한된 만성 통증 및 입의 안벌어짐으로 장기간의 치료노력이 필요한 경우
치료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약물 요법이나 물리치료를 통해 증상의 경감 및 조절을 할 수 있었으나, 짧은 기간 내에서의 재발 양상을 보이거나, 약물의 알러지 반응, 약물의 효과 없음, 정기적-지속적 물리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의 경우라면 당장 관절뼈의 손상이나 관절의 구조적 운동제한이 없더라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증상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 상대적으로 긴 재활 치료 기간의 도구로서 치료계획에 장치를 포함시킵니다. 대표적인 예로 수면중 이악물기나 이갈이와 같이 낮동안의 노력을 통해 쉽게 조절되지 않는 수면 이상기능활동이 있고 그에 따른 환자분의 불편감이 존재할 때 장기간의 증상조절노력을 위해 장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결국 관절과 근육이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한 상태이거나 장기간의 재활치료가 필요한 경우 치료계획 단계에서부터 스플린트를 치료에 포함시키고, 그 외에는 증상의 변화와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환자분들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그 필요성을 고민합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말씀드리기를 교합안정장치 (스플린트)는 교정과 같이 사람의 몸을 변화시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관절과 근육을 보호하는 도구라는 것입니다. 장치 착용 후에 가끔 관찰되는 교합의 변화도 치아의 배열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원래 있거나 턱관절의 변화나 손상을 통해 발생했거나 단순히 연령과 함께 자연스럽게 발생한 골격과 교합 사이의 오차를 표면화시키는 것 뿐입니다.
물론, 스프린트를 결정한 후 제대로 된 정기적 내원 및 교합 변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해석하고, 이를 중간 보정하는 일들에 대한 전문적 관리가 없을 경우 (주로 장치물 제작 후 방치되거나, 내원 날짜에 환자분들께서 오시지 않는 경우를 뜻합니다.) 누구도 원치 않는 교합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사항들은 스플린트를 이용한 모든 과정들이 섬세하게 조절되고 확인되었을 때까지를 포함하는 결과물들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단편적-근거 없는 정보들 때문에 장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망설이거나. 반대로 굳이 장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분들이 장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 하시는 분들을 실시간으로 많이 보기에 안타까운 순간이 많습니다. 특히 근거가 부족한 내용을 기반으로 ‘자신들만 만들 수 있는’ 장치물들을 홍보하는데 현혹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 가지만 기억해주세요. ‘나만 낫게할 수 있는 병 (치료법)’ 은 일반적이며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라는 점을요. 전 세계 수많은 논문들과 실험적 근거를 통한 객관화-검증된 진료 방법에 의한 것이라면 ‘나만이 낫게할 수 있는’ 이라는 말은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스플린트는 몸을 낫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몸이 낫는 것을 돕는 도구입니다. 너무 많은 고민과 걱정들은 조금 덜어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